1. 등장인물
- 문정숙(김희애)
여행사 사장이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재판을 지원하는 핵심 인물. 돈과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억울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끝까지 싸운다. - 배정길(김해숙)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중 한 명.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깊은 상처와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에 나가 증언하며 정의와 용기를 보여준다. - 강영실(예수정)
위안부 피해자 중 가장 연약한 할머니. 세월의 무게와 아픔 속에서도 정의 구현을 향한 마지막 힘을 짜낸다. - 정길 할머니의 동지들
다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각자 다른 아픔을 간직했지만, 일본 법정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며 연대한다. - 변호사와 지원자들
재판을 돕는 변호사들과 활동가들. 현실적으로는 힘이 부족하지만, 피해자들의 증언을 일본 사회에 알리려 한다.
2. 줄거리
1990년대, 부산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던 문정숙은 일본 법원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원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단순히 금전적 보상을 원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진실이 일본 사회와 세계에 알려지길 바랐다.
정숙은 일본으로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 가며, 재판 과정을 돕는다. 할머니들은 오랜 세월 숨겨왔던 참혹한 경험을 법정에서 증언한다. 그 순간은 할머니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자 상처의 재현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역사 앞에서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목소리를 높인다.
재판은 일본 사회의 냉담한 반응, 가해자 부정, 제도적 한계로 인해 번번이 좌절된다. 일본 법원은 피해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증언하는 이유는 후세에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라는 신념으로 끝까지 법정에 선다.
영화는 결국 승소하지 못한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법정에서 울려 퍼진 피해자들의 증언은 기록으로 남아,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증거가 된다. 이는 영화가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이자, 진정한 승리의 의미였다.
3. 감상평
허스토리는 단순한 법정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승소 여부’보다 ‘증언 자체의 의미’를 담아낸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법정에 서는 순간, 이미 그 자체로 거대한 용기이며 역사적 사건이 된다.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원로 배우들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실제 피해자들의 삶을 떠올리게 할 만큼 생생하고 진정성이 깊다. 특히 할머니들이 일본 법정에서 증언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관객의 가슴을 뜨겁게 울린다.
영화의 연출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선정적으로 다루지 않고, 피해자들의 존엄성과 목소리에 집중했다. 이준익 감독의 <소원>이 피해 아동의 회복에 집중했다면, <허스토리>는 피해자들의 존엄 회복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관람하는 내내 먹먹하면서도 울컥하는 감정이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역사가 아직도 제대로 사과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노와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그러나 할머니들의 용기와 연대는 인간의 존엄이 어떻게 끝내 빛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4. 시사점
- 역사의 증언은 승소 여부를 넘어선다
일본 법정에서 할머니들이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증언은 세계사 속에 기록되었다. 이는 법적 판결을 넘어선 ‘역사적 승리’였다. - 피해자의 존엄 회복이 우선이다
영화는 돈이나 보상보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 진정한 목적임을 강조한다. 피해자의 삶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정의다. -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
문정숙과 변호사, 그리고 시민들의 작은 연대가 할머니들의 용기를 지탱했다. 이는 사회가 피해자 곁에 서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 역사 왜곡과 망각의 위험성
일본 법정과 사회의 태도는 가해자가 역사를 왜곡하거나 은폐하려는 전형적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 사회에도 교훈을 주며, ‘망각은 또 다른 폭력임을 알려준다. - 여성의 목소리와 연대
영화 제목 <Herstory>는 곧 여성들의 역사이자, 잊힌 사람들의 목소리를 의미한다. 기존 역사(His-story)가 권력자의 기록이었다면, 이 영화는 억압당한 이들의 목소리가 진정한 역사를 만든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영화 "허스토리"는 ‘승소하지 못한 패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의 양심을 울린 승리의 이야기’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세상에 남긴 용기 있는 증언은 단순한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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